옹기
옹기는 한국인이 거주하는 곳이면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식품 저장용기로서, 집집마다 적게는 십여 개 많게는 수십 개씩 갖추어져 있던 경질도기(硬質陶器)인데 한국의 전통 도자기 가운데 지역과 계층에 구별 없이 공통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었던 전통 도자기의 하나이다. 그러나 옹기는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와 민속을 대표하는 민속자료로서만 그 가치가 인식되어 왔을 뿐이고, 옹기는 한국도자기 역사에서 폭 넓게 쓰인 도자기이면서도 한국전통 도자기로서는 그 가치가 부각되고 있지 않았던 존재이며 그 정체성이나 역사성, 그리고 그 전통가치가 주목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옹기는 우리민족의 역사 속에서 선사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되어 왔던 한국 도기의 전통으로 한국전통도자공예의 하나이며 한국인만의 정서와 생활철학이 투영되어 있는 가장 한국적인 유산으로 한국인의 삶의 역사와 힘께 하여온 한국도자기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옹기(甕器)의 개념
도자기(陶磁器)는 도기(陶器)와 자기(磁器)를 총칭하는 용어이다. 옹기는 일반적으로 도자기의 일종이나, 도기와 자기의 분류개념보다는 붉게 반짝이는 유약이 입혀진 질그릇 독을 특정하여 지칭하고 있다. 원래 ‘옹(甕)’이라는 용어는 저장용기인 독을 의미하는 것으로 발효음식을 즐기는 우리 민족이 삼국시대는 물론 그 이전부터 저장용기로 陶器항아리를 사용하여 왔던 것이다. 한국인이 일찍이 발효음식을 즐긴 역사는 [삼국사기]에서 김유신이 집안의 장맛을 보고 전쟁터로 향하였다는 기록 등으로 미루어 이미 산국시대에는 발효음식이 우리민족의 주요한 식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술과 장의 발효용기로 도기가 가장 효과적인 용기임은 재론할 필요가 없으며 그 발효용기의 필요에 의하여 한국에서는 도기 항아리의 제작이 계속 발달되어 왔다고도 할 수 있다. 도기항아리를 지칭하는 용어로 ‘옹(甕)’이 사용된 예는 고려시대의 일상생활모습을 기록한 徐兢의[宣和奉使高麗圖經]에도 물을 저장하는 물항아리의 표현을 “水甕陶器也...”라고 기재하고 있으며 쌀의 저장용기로 대옹(大甕)을, 과일과 식초의 저장용기로는 도기(陶器)를 땅에 묻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도기 가운데 배가 부른 큰 독을 옹으로 표현하고 있다. 옹은 고려시대까지 도기항아리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도자기의 종류를 가르치는 용어로는 도기(陶器)와 자기(磁器), 석기(石器)로만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등의 토산품조에도 도기소(陶器所)와 자기소(磁器所)로 그 생산지를 구분하여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18세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도 도기 가운데 가장 큰 것,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 발효용, 저장용을 옹앵(甕罌)이라 한다고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18세기까지도 옹(甕)으로 도기 항아리를 지칭하며 “옹기”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근세에 이르러 정착된 옹기에 대한 개념은 고대문헌에서 보듯이 뜻은 저장용기인 큰 도기 항아리이며 형태는 다갈색 유약이 입혀진 시유도기이다. 생활이 안정됨에 따라 저장식품의 양이 증가되면서 저장용기인 장독이 대형화되자 도기 항아리를 지칭하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옹기의 역사성과 미래가치 “옹기”로 변화되었으리라고 추정이 된다. 도기 가운데 유약을 입힌 도기는 고급도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고급도기가 일상생활용기로 확산되면서 옹기는 다갈색 유약의 큰 항아리를 가르치는 좁은 의미의 용어로 정착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일찍이 한국옹기의 역사성에 주목하였던 이화여자대학교 조정현 교수는 넓은 의미에서의 옹기는 도기의 별칭으로 민간에 널리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일종의 관용어가 되어 옹기와 도기는 혼용되어 사용된 것이라고 고증하며 옹기는 도기를 망라한 것이라고 정리한 바 있다.
옹기가 도기를 망라한 것이므로 옹기의 전통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되어온 토기․도기의 전 통을 용어의 의미로도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넓은 의미의 옹기에는 유약을 바라지 않은 푸레독, 유약을 입힌 옻그릇, 유약을 입히지 않았으나 고온소성을 표면이 반짝이는 반오지가 있다. 그 종류는 모두 선사시대 이래 현대까지 지속되어온 한국토기․도기전통이 이어져 오는 것이다. 푸레독과 반오지는 삼국시대 이래 크게 발전하였던 회색경질도기의 전통이며 옻그릇은 도기에 유약을 입힌 고급도기인 시유도기의 전통이다. 따라서 옹기의 개념은 도기의 한 종류를 지칭하는 것이며 대체로 둥근 독을 뜻하기도 한다.